2010년 5월 14일 금요일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Googler의 편지 #2

잊을 수 없는 자기소개

1.
조용히 앞으로 걸어나온 한 여학생. 갑자기 오른쪽 손을 앞으로 쭉 뻗더니 검지를 치켜세운다.
"여러분, 모두 제 검지손가락 끝을 봐 주세요!"
그녀의 말을 따라 모든 사람의 눈은 그 검지 끝으로 향한다. 그러자 마치 총을 겨누듯 자신의 검지 끝을 주시하고 있던 여학생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한다.
"모두가 전체를 바라볼 때 저는 하나로 전체를 봅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 하나를 통해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있는 ooo입니다.

2.
마치 모래시계 모양처럼 하나의 삼각형은 위에서 아래로, 다른 하나는 아래에서 위로 그려서 서로 꼭지점이 맞닿은 그림을 갖고 등장한 한 남학생. 과연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럴까 궁금하게 만든다.
"삼각형이 점차 꼭지점을 향해 뾰족해지는 것처럼 광범위한 전체에서 하나의 포인트를 찾고, 삼각형이 아랫변을 향해 점점 넓어지는 것처럼 하나의 포인트를 통해 전체를 해석할 수 있는 남자 ooo입니다.

3.
"한 젊은 기자가 연세가 여든이 넘은 노(老)작가에게 여쭤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쓰셨습니다. 그런 책들 가운데 자신을 가장 설레게 만들었던 책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그 작가는 슬며시 눈을 감으며 지난날을 회상하듯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저를 가장 설레게 만든 책은 과거의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이제 곧 집필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출판하게 될 책입니다."
씩씩하게 등장한 한 남학생이 위의 이야기를 들려주더니 말을 잇는다.
"여든이 되신 노인도 이처럼 과거에 자신의 이룩한 성과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지난 과거보다는 조금은 불투명할지라도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4.
'i'가 그려진 그림을 들고 나온 한 공대생, 아니나 다를까 그는 공학도답게 'i'는 복소수를 나타낸다며 영문 'I'로 생각했던 나를 자연스럽게 수학의 세계로 옮겨버린다.
"이미 다 까먹은 어려운 수학용어가 나와서 머리가 아프시죠? 하지만 복소수는 단순한 수학기호가 아닙니다. 복소수는 존재하지 않는 수를 인식하게 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결과물이자 위대한 발명입니다. 저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복소수와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5.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참 많은 사자성어를 본 것 같다. 네 음절에 불과한 말이 어떤 상황을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경우를 만나면, '참 누가 처음으로 지었는지는 몰라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했었다. 그런 사자성어 중에는 마치 시처럼 길게 여운이 남는 것도 있다. '다반향초'라는 멋진 말을 알게 해준 한 여학생이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 다반향초라는 말이 정확히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또 과연 이것이 사자성어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남겨주는 잔잔한 여운이라고 생각한다.
"다반향초라는 말을 아세요? '차를 마신 지 반나절이 되었으나 그 향은 처음과 같다'는 듯이라고 합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이 다반향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늘 변함 없이 처음의 그 느낌 그대로 여러분의 옷긴에 저의 향기가 묻어 나서 여러분이 어딜 가든 이 향기 속에서 편안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
우리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주위의 현상을 우리가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한 여대생이 자기소개를 통해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재가 재학 중인 이화여대에는 포스코관과 도서관 사이를 이어주는 '포도길'이라는 길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포도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처음 길이 없는 이곳으로 포스코관과 도서관을 오가자 다른 학생도 그 학생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결국 자연스럽게 길이 생겼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대부분이 이 포도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에는 길이 없더라도 누군가가 먼저 가면 길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용감하게 도전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7.
처음 집합장소에 모였을 때부터 눈에 안대를 하고 있던 한 친구는 자기소개 차례가 되자 연단으로 올라와 안대를 풀더니 '여러분, 제가 왜 안대를 하고 왔는지 궁금하시죠? 그냥 관심을 끌려고 그랬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장내는 폭소바다로 변했었지요.

8.
호기심이 많고 도전정신이 남달리 강하다는 한 남학생은 '여러분은 개미 똥구멍을 핥아 봤습니까? 저는 핥아봤는데, 신맛이 나더군요!' 라고 소개해 자신의 인상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기도 했습니다.

#무한생각
준비를 철저히 하면 결과가 말해준다. 역시 번뜩이는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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